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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영상미, 형제 이야기, 낚시)

by themorningstar 2026. 2. 28.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낚시의 한 장면을 재연

가족 영화라고 하면 따뜻하고 화목한 결말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본 '흐르는 강물처럼'은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몬태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엄격한 목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형제, 노먼과 폴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형제 영화라고 하면 갈등과 화해의 구조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가는 현실적인 관계를 보여줍니다. 처음 영화를 틀었을 때 흘러나오던 잔잔한 음악만큼이나, 영화 전체가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몬태나의 강과 숲, 압도적인 영상미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자연 풍경이었습니다. 몬태나의 강물과 울창한 숲, 폭포가 나올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은 시네마토그래피(Cinematography)를 통해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또 하나의 이야기 주체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시네마토그래피란 영화의 촬영 기법과 영상 구성을 뜻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빛의 활용과 앵글 선택이 돋보였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이 영화가 1992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실제로 플라이 낚시(Fly Fishing) 장면들은 전문 낚시꾼들이 직접 촬영에 참여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플라이 낚시란 인공 미끼를 물 위에 던져 물고기를 유인하는 전통적인 낚시 방식을 말합니다. 영화 속에서 브래드 피트가 강 한가운데서 낚싯줄을 휘두르는 장면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서 거의 춤에 가까운 움직임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낚시 영화가 이렇게 시각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브래드 피트의 젊은 시절 모습과 조셉 고든 래빗의 어린 시절까지 볼 수 있어서, 배우 팬들에게도 특별한 작품이 될 만합니다.

자유로운 폴과 순응적인 노먼, 대비되는 형제

두 형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플라이 낚시를 배우며 자랐지만, 성격은 정반대였습니다. 형 노먼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는 순종적인 성격이었고, 동생 폴은 자유분방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타입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형제 서사(Narrative)에서는 둘 중 하나가 변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는 전개를 기대하게 되는데, 여기서 서사란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예상을 깨뜨립니다.

노먼은 명문 대학에 진학해 6년간 거의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폴은 고향에 남아 지역 대학을 나와 기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폴이 형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경쟁보다는 서로 다른 길을 인정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폴은 도박에 빠져 있었고, 노먼은 그런 동생을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습니다.

영화 중반부에 두 형제가 함께 낚시를 나가는 장면에서 그들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노먼은 아버지가 가르쳐준 방식 안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지만, 폴은 아예 아버지의 방법을 따르지 않고 위험한 급류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형제 관계는 실제로도 흔합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도와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관계 말이죠.

  1. 노먼: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되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
  2. 폴: 전통을 거부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독자적인 길을 선택
  3. 아버지: 두 아들 모두를 사랑하지만 폴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함

강물처럼 흐르는 삶과 사랑

영화 후반부, 노먼은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게 됩니다. 폴이 폭행당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이런 비극 전에 두 형제가 화해하거나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런 클로저(Closure)를 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클로저란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심리적 마무리를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관객이나 등장인물이 납득할 만한 결말을 뜻합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마지막 아버지의 설교 장면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제목을 다시 떠올리며 그 의미를 곱씹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설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자신의 어떤 부분을 내어줘야 할지 모르고, 더 자주는 그들이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이 대사는 영화 전체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두 형제의 낚시 방식이 달랐던 것처럼, 그들의 삶도 달랐고 결말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애정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제 생각에 이 영화가 특별한 건,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가족 간의 사랑을 진솔하게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가족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냈습니다(출처: The Criterion Collection). 영화 속 강물은 시간의 흐름과 변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을 상징하며, 인간의 삶도 그 강물처럼 흘러간다는 은유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풍경도, 배우들의 연기도 아닌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더라도, 그 말이 주는 여운이 강물처럼 오래 흐르는 작품이었습니다. 가족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특히 화목한 결말보다는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rP6IvNGEIU&t=4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