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0년 여름, 한 축제에서 시작된 사랑이 치매라는 병을 넘어 죽음까지 함께한 이야기. 영화 '노트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입니다. 저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유독 좋아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감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축제에서 시작된 운명적 만남
노아는 친구를 따라 간 축제에서 앨리라는 소녀를 보게 됩니다. 첫눈에 반한 노아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사귀자고 말하죠. 당연히 거절당했지만, 노아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철봉에 매달려 한 손을 놓으며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자, 앨리는 그의 바지를 벗겨버리는 식으로 응수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좀 불편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노아의 행동은 분명 강압적이고 경계해야 할 방식이었거든요. 하지만 영화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시대의 연애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이해하며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둘의 첫 만남은 다소 황당하게 시작됐지만,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뜨거웠던 첫사랑의 기억
노아와 앨리는 그 여름 내내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항상 함께 달리고, 웃고, 때로는 싸우기도 했죠. 자기 주장이 강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무시할 만큼 서로에게 미쳐 있었습니다. 노아는 앨리를 폐가에 데려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언젠가 이 저택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죠.
하지만 앨리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노아를 못마땅해했습니다. 목재소에서 시간당 40센트를 번다는 노아의 말에 앨리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졌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계급 차이(class difference)라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차이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기 시작한 겁니다. 쉽게 말해 부유한 집안의 딸과 가난한 청년의 사랑을 부모가 반대한 거죠.
결국 앨리는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노아에게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죠.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서로를 그토록 사랑했는데 헤어져야 하다니, 현실의 벽이 이렇게 잔인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365통의 편지와 7년의 공백
헤어진 후 노아는 1년 동안 매일 앨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총 365통의 편지였죠. 하지만 앨리의 어머니는 그 편지들을 모두 숨겼습니다. 답장을 받지 못한 노아는 결국 군에 입대하게 되고, 앨리는 그 사이 론이라는 남자를 만나 약혼까지 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학 용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느끼는 불편한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앨리는 론과 약혼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노아가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신문에서 노아의 소식을 보자마자 그에게로 달려간 거죠.
7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 노아는 그동안 아버지와 함께 모은 돈으로 앨리에게 보여줬던 그 폐가를 사서 완벽하게 리모델링해 놓았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봤을 때 정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노아는 앨리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 하나로 7년을 버텨온 거잖아요. 그 집이 완성되면 그녀가 돌아올 거라 믿으면서요.
- 노아는 1년간 365통의 편지를 앨리에게 보냈으나, 앨리 어머니가 모두 숨겼습니다.
- 제대 후 노아는 윈저 저택을 구입해 리모델링을 완성했고, 이는 앨리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습니다.
- 앨리는 론과 약혼한 상태였지만, 신문에서 노아 소식을 보고 그를 찾아갔습니다.
- 7년 만의 재회 후 두 사람은 다시 불같은 사랑에 빠졌고, 결국 앨리는 론을 떠나 노아를 선택했습니다.
치매를 넘어선 사랑의 힘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됩니다. 요양병원에서 한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일기를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죠. 그 할아버지가 바로 노아였고, 할머니가 앨리였습니다. 치매(dementia)는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뇌질환으로, 환자는 점차 자신의 과거와 심지어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됩니다.
노아는 매일 앨리를 찾아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줍니다. 가끔씩 앨리의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노아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앨리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면 절망에 빠지곤 했죠. 저는 이 장면들을 보면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 따르면(출처: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60% 이상이 심각한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노아 역시 그런 고통을 매일 겪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앨리 곁을 지켰습니다.
영화 마지막, 두 사람은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새가 되어 함께 자유를 만끽할 거라는 암시를 남기며 영화는 끝나죠.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진짜 사랑은 이런 거구나'였습니다. 건강할 때만, 좋을 때만이 아니라 병들어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때까지 함께하는 것. 그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가 더 특별한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계속 '이런 사랑이 정말 존재할까?' 의구심을 가졌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고 나서 이 영화를 역대급 명작으로 인정하게 됐습니다. 로맨스 영화의 역사를 말할 때 '노트북'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죠. 처음 노아의 강압적인 구애 방식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이후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앨리에게 노아는 자유를 상징했고, 그래서 더 끌렸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첫사랑의 기억이 있다면, 이 영화가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해줄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qLHqW3lfts